<p></p><br /><br />96년생, 25살 이석준. <br> <br>전 여자친구 집에 찾아가 어머니와 남동생에게 흉기를 휘두른, 보복살인 및 살인미수 피의자입니다. <br> <br>그에게 적용된 혐의만 7개입니다. <br> <br>징조는 있었습니다. <br> <br>범행 나흘 전, 전 여자친구의 아버지는 "딸이 감금됐다"며 경찰에 신고했습니다. <br> <br>경찰은 피해여성으로부터 "이석준에게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"는 진술까지 확보했습니다. <br> <br>하지만 거기까지였습니다. <br> <br>전 여자친구는 경찰의 신변보호 대상자가 됐지만, 정작 이석준은 소환조사 한번 받지 않았습니다. <br> <br>참극의 시작이었는지도 모릅니다. <br><br>Q1. 사건 얘기부터 해보죠. 계속해서 우발적 범행이라고 주장하는데, 맞습니까?<br> <br>이석준이 뭐라고 했는지부터 좀더 들어보죠. <br> <br>[이석준 / 신변보호 여성 가족 살해 피의자(어제 검찰 송치)] <br>"(왜 살해하신 겁니까?) 그럴 의도는 없었습니다. 죄송합니다."<br>"(애초에 살인계획하고 찾아갔습니까?) 아닙니다." <br> <br>사건이 일어난 건 지난 10일 오후 2시쯤입니다. <br> <br>서울 송파구 전 여자친구의 집에 찾아가서 집에 있던 어머니와 남동생에게 흉기를 휘두른 사건인데, 저희 취재과정에서 '우발적 범행'이었다는 이석준의 주장을 뒤집을 만한 단서가 발견됐습니다. <br><br>Q2. 뭡니까?<br><br>범행현장을 찾을 당시 이석준은 범행에 사용된 흉기 말고도 여러가지 범행도구를 준비했습니다. <br> <br>특히 그가 소지했던 것 중에는 '전기충격기'가 있었습니다. <br><br>구입시기와 장소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. <br> <br>범행 직전, 주거지인 천안이 아닌 서울의 한 시장에서 샀다는 건데, <br><br>전 여자친구 측이 이석준을 감금 등으로 경찰에 신고한 게 지난 6일이고, 범행이 일어난 건 10일입니다. <br> <br>그러니까 이 사이에 범행도구인 흉기 외에 전기충격기를 추가로 구입하는 등 치밀한 계획을 세웠다는 게 경찰의 판단입니다. <br><br>경찰은 전 여자친구 측이 자신을 신고한 것에 앙심을 품고 벌인 '보복 범죄'라고 보고, 이석준의 혐의를 기존 '살인'에서 '보복살인'으로 변경했습니다 <br><br>Q3. 이석준이 준비했다는 또다른 범행도구도 취재된 게 있습니까?<br><br>전기충격기에 대해선 "호신용으로 샀던 것이고, 범행 당시엔 사용하지 않았다"고 경찰에 진술했습니다.<br><br>그런데 범행현장에 들고갔던 것 외에도 그의 차량에선 상당한 크기의 둔기가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. <br> <br>전문가는 이석준의 행동을 이렇게 분석했습니다. <br> <br>[임준태 / 동국대 경찰사법대학원장] <br>"A라는 도구, B라는 도구, C라는 도구를 통해서 (범행을) 반드시 달성해야 되겠다라는, 범행 자체에 대한 집착이 강해보이고요. 범행과정에서 저항이나 다른 변수가 생겼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대비하지 않았을까 추정됩니다." <br><br>Q4. 전 여자친구의 집주소를 알아내기 위해서 흥신소까지 동원했다고요?<br> <br>그 전에 이석준은 이미 전 여자친구의 신분증 앞면을 몰래 찍어서 보관하고 있었습니다. <br><br>이를 바탕으로 범행 이틀 전에도 전 여자친구의 집으로 추정되는 곳에 찾아갔는데, 그곳에 살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<br>흥신소에 주소 확인을 의뢰했던 겁니다. <br><br>이 과정에서 50만 원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는데, <br> <br>경찰은 이석준에게 전 여자친구의 집주소를 넘긴 흥신소 운영자도 구속했습니다. <br><br>Q5. 개인정보가 강력범죄에 악용된 건데, 다른 사람의 집 주소를 알아내는 게 쉬운 일입니까?<br> <br>구속된 흥신소 운영자는 지난 1년 반동안 이석준 같은 의뢰인들에게 최소 57명의 개인정보를 넘겼다고 합니다. <br> <br>그런데 취재를 해보니까, 이사람 혼자 한 게 아니었습니다. <br><br>SNS를 통해서 불법적으로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업자들을 매개로 해서 거래가 이뤄진다고 하는데, 이번 사건의 경우에도 이석준으로부터 50만 원을 받은 흥신소 운영자는 한 업자에게 13만 원을 주고 개인정보를 사들인 뒤 이석준에게 넘긴 것으로 확인됐습니다. <br><br>경찰은 흥신소 운영자로부터 그동안 자신과 거래한 불법 개인정보 수집업자들이 3명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, 이번 사건에 연루된 공범을 추적하고 있습니다. <br><br>Q6. 문제는 범행 전 경찰이 전 여자친구 측의 피해신고를 접수하고도 미온적으로 대응했다는 거잖아요.<br> <br>경찰은 범행 당일까지 이석준을 입건하지도 않았습니다. <br><br>"피의자인 이석준이 경찰의 임의동행에 순순히 응했고, 휴대전화도 제출했기 때문에 증거인멸과 도주우려가 없다고 보고 체포하지 않았다"는 게 경찰의 해명입니다. <br><br>하지만 신고 접수 나흘 뒤, 전 여자친구의 가족들은 증거인멸이나 도주우려가 없다던 이석준에 의해 희생됐습니다. <br><br>결국 경찰청장이 "희생자에게 송구한 마음"이라고 밝혔다고 하죠.<br><br>경찰이 미흡한 대응에 사과했다는 소식을 전한 게 사건을 보다에서만 몇번째인지 모르겠습니다. <br> <br>사건을 보다 최석호 기자였습니다.
